그대 먼길 떠나는 날엔
바람이 적어놓고 간 큰강 물결 위
아름다운 싯구조차 낙엽이 지워 고요했네
구름도 하늘도 지나는 새도
살아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물 속에
고이고이 죽어 있었네
사람을 떠나 보내는 일만큼
마음 저미는 일이 또 있을까
심장은 멎은 듯하다 다시 뛰고
낙담한 발걸음은 가녀린 풀잎에 밀려나네
그대 떠나는 날엔
새소리마저 길 모롱이 낙엽처럼 박혀
쥐 죽은 듯 고요하고
나무들 숨 쉬는 소리만 허공에 노니네
나 그대 떠나는 날엔
몸도 마음도 나직이 죽어 미련만 키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