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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키우는 달

내가 키우는 달 나는 달을 키우고 있다 지난 겨울밤 동장군이 난리칠 때 학원 다녀오는 내 뒤를 따라 내 방까지 들어와 버린 초승달을 엄마 허락도 없이 몰래 키우고 있다 먹이도 목줄도 필요 없고 “월월”짖지도 않는다 얌전히 내 눈빛만 먹고 살아서 하늘에 풀어놓고 키워도 걱정 없다 어두운 밤길 나서면 나만 졸졸 따라 다니는 달 초승달, 상현달, 보름달 자라는 모습만 보아도 키우는 맛이 달달한 달 추운 오늘 밤에는 달달달달 떨고 있는 야윈 그믐달에게 따스한 눈길을 보내 주었다 오래

새벽과 새벽

새벽과 새 벽 동 틀 무렵을 좋아한다, 나는 하루의, 시대의 시작이기도 하고 밤의 종말이기도 한 여명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어둠의 목숨을 사랑한다 하얗지도 않고 까맣지도 않은 희부윰한 세상의 유일한 出口 빛과 어둠, 좌와 우의 내밀한 경계에서 나는 모든 고민거리를 해결한다 이념의 대립, 전쟁과 평화가 공존하는 이 경계에 앉아 나는 또 한날의 새 벽을 뛰어넘는다

詩골 2021.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