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검은 고양이 까미

방장산두류산 2019. 10. 2. 21:01

산막에서 같이 지냈던 검은 고양이
한 마리를 마을로 데려왔다
아흔아홉가지 재주를 숨기고 있는 그녀는
지금 한 평짜리 장미의 방에서
얼굴에 묻은 낮꿈을
털어내고 있다
그녀는 세치 혀로 바닥을 닦고 있다
사방에 뒹구는 뿌리 없는 머리칼을
바닥을 파서 매장해 버린 뒤
입술에 붉은 루즈를 바른 채 넌지시
웃는다
산막에서 내려온 뒤로 그녀는 곧잘
두려움에 잠 못 이룬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어둠 속을 노려보는
그녀의 눈동자 속에 이 밤도
몸 빠지는 달
살금살금 쥐도 새도 모르게
쥐와 새 잡아먹는 검은 고양이
늘 부뚜막에 먼저 오르는
얌전한 고양이 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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