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못 먹는 술을 먹다

방장산두류산 2019. 10. 2. 20:59

안 받는 술을 마신다
술에 절은 혀도, 따끔거리는 목젖도, 사람에 대한 미련도
모조리 삼켜버린다 그리고는 옛날 호떡
두 개를 사 가지고 북면 가는 버스에 오른다

외감리 지날 때 차창으로 별똥별 떨어진다
참 오랜만에 보는 추락하는 희망이다
…나는 말이 없다 이제 내 생각은 영영 말을
잃을 것이다

차 불빛을 받은 길가
무궁화 꽃잎들의 함초롬한 잎
별들이 닦아낸 똥딱지 같다 그 많은
똥딱지들이 밝히는 가로의 불빛 너머
검은 논엔 모지라진 나락들
쯧쯧…
한밤에도 벼알마름병은
저들의 피를 말릴 것이다

양로원 입구에서
술이 저를 안 받는 몸을 밀어낸다
긴 토악질 끝 버스가 나를 버린다

술이 버리고
버스가 버린 몸 이제
식어서 맛 없을 옛날 호떡이 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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