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덕천강 깊은 물에서 놀던
간 큰 아이들의 신발은
가끔 잔물결이 실어가고
때 묻고 헤진 아이들 옷은
종종 왕할머니가 훔쳐가셨다
알몸이 된 아이들은
꽃뱀이 숨어있는 뱀딸기 밭을 지나
층층층 구름이 걸터앉은 돌계단을 올라
강 언덕 왕할매 집 마당 한가운데
한참동안 벌을 서야했다
옷을 여러 번 도둑맞은 아이는
돌려받지도 못한 채
맨몸으로 자기 집으로 돌아갔지만
이상하게도 마을어른들은 모른 척 했다
그 여름 내내
어린 나무꾼들의 옷을 훔치며
아이들의 꿈을 지켜주셨던 왕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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