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곶감 깎는 법

방장산두류산 2019. 10. 4. 18:16

옷을 잘 벗겨야


쫀득한 곶감이 되는 땡감이란 이 놈


밀감, 바나나 같이 물 건너온 것들이랑은


근본이 다르지




신혼 첫날밤 처녀 다루듯


슬몃 감족두리를 풀어 내리고


윗도리를 한 풀 살짝 벗겨낸 뒤


왼손으로 어루어 돌리되


바른손 감자 칼로 얄찍이 밀어야


미끈한 속살을 내 보인다네




능욕 당한 여인처럼


오돌돌 떨고 있는 전라의 곶감들은


잽싸게 두 낱씩 실로 묶어


연을 맺어놓는 게 중요해


생사가 제 맘대로 안 되는 걸 알면


다루기가 훨씬 쉽지




이 놈들 다 끌어내어


곶감막으로 데려가면 일 끝난 거지


이쯤 되면 발가벗겨진 땡감 이 놈들


수치심을 못 이겨선


월겅덜겅 곶감막에 목을 매달고 만다네


그럼 일 끝난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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