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옛 절터를 찾아서

방장산두류산 2019. 10. 4. 18:05

수도승도 암자도 없는


깊은 산골짝으로


쓸만한 절터를 찾아 나섰다


절간 몇 채


넉넉히 품고도 남을 너른 자리


똑 똑 똑도도도……


딱따구리 산 나무로 목탁 두드리고


개울물 조잘조잘 불경을 왼다


나무마다 하늘 끝에 풍경을 달아


바람에 울고 비에 울고


바위 하나 풀 한 포기까지


죄다 열반에 들었는데


절은 지어 무엇 하리


칡뿌리로 목숨을 잇는


산중처사 멧돼지들


행여 사람 발길 북적될까


사방을 후벼 옛 절터 지워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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