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승도 암자도 없는
깊은 산골짝으로
쓸만한 절터를 찾아 나섰다
절간 몇 채
넉넉히 품고도 남을 너른 자리
똑 똑 똑도도도……
딱따구리 산 나무로 목탁 두드리고
개울물 조잘조잘 불경을 왼다
나무마다 하늘 끝에 풍경을 달아
바람에 울고 비에 울고
바위 하나 풀 한 포기까지
죄다 열반에 들었는데
절은 지어 무엇 하리
칡뿌리로 목숨을 잇는
산중처사 멧돼지들
행여 사람 발길 북적될까
사방을 후벼 옛 절터 지워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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