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왼손등 위에는
어릴 적 나무 하러 갔다가 낫에 찍힌 흉터가 있다.
옛적 양민들이 죽창 들고 일어섰던
동학의 옛터 덕산장터에서
아버지가 사 오신 날이 잘 선 조선낫으로 나는
물거리 대신 내 손등을 내려찍었었다.
삼십여 년을 몸 안에 갇혀 지낸 낫이
날을 벼리는지
요즘 들어 낫 모양의 흉터가 부쩍 가렵다.
어둔 역사의 무덤을 뚫고
새 살이 차오르기라도 하는지
나무하던 조선낫, 쇠꼴 베던 녹슨 낫의 추억이
한적한 마음 언저리에 닿아 스멀거린다.
하지만 내 할 일은 고작
숨죽여 흉터를 지켜보는 일
몸 안에 옛 조선을 담고 사는 것만으로도 족하니
마음 다잡아 기꺼이 조선낫의 집이 되리라
더 이상 내가 녹슬지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