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머구

방장산두류산 2019. 10. 4. 11:05

지리산 오르고 올라 빨치산

빨치산 넘고 넘어 지리산

가리산지리산 내 마음 갈피 못 잡는 날

머구잎, 치나물, 돌나물 쑥쑥 돋는

외가 뒤뜰에서 머구잎을 캔다



나물 낫에 묻어나는 묽은 피 뚝

뚜욱 떨어지는 머구밭

갓 돋아난 머구잎들

잘린 어미의 허리 아래 바지런히 몸을 숨긴다

 

"전쟁털세 전쟁터"

서른일곱 철없는 손주놈에게

외할머니 툭 한 마디 쏘신다

나는 풋내 흐르는 살생의 현장에서

시부저기 흙발 빼

감잎으로 어린 머구의 이슬눈 가린다



감나무 가지 새로 떨어지는 누른 볕싸라기들

서툰 내 손등에 주리주리 빛그물 친다


'詩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몸살  (0) 2019.10.04
남새밭  (0) 2019.10.04
칼바위  (0) 2019.10.04
제석봉 고사목  (0) 2019.10.04
선돌  (0) 2019.1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