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시절 나는 몽유병 환자처럼
밤의 강변을 떠돌았다
가슴 가득 솜뭉치를 쑤셔 넣은 것같이
그땐 왜 그리 답답했던지
강가에 누워 밤하늘 바라기하며
더워지는 몸을 식히곤 했다
달빛이 오리나무 그림자를 드리운
샛강 틈새로 찔끔 찔끔 요실금을 앓는
물이 쉼 없이 흐르고
바람이 낭창한 오리나무 그림자로
강물 안 달의 볼기를 칠 때마다
철썩 철썩 물소리 어지럽게 솟아
내 여린 마음에도 상처가 났다
잠시 선잠 들 때면
어김없이 환한 뭔가가
내 얼굴을 따스하게 비추었는데
어느 밤 내 잠머리에서
눈물 훔치던 어머니의 달이었다
그 환한 달이 구름에 안기고
내 눈가에 앉은 밤이슬이 볼을 구르면
때 맞춰 밤기운 차다며 할미꽃
내 발을 슬몃슬몃 건드렸고
그제서야 나는 몸살난 바람처럼
우리 집 작은 방으로 스며들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