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조롱박씨

방장산두류산 2019. 10. 4. 10:58

버섯전골 잘한다는 '청산도' 들렀다 나오는 길

 

문설주에 배 가른 조롱박들

 

하얀 속 뉘 다 빼주고

 

얼굴 없는 탈바가지로 주렁주렁 걸려 있다

 

인심 좋은 안주인

 

앞니처럼 생긴 조롱박씨를

 

작은 비닐봉지 속에 부어주길래

 

서재 구석 오래된 책 속에 두었더니

 

어떻게 알았을까 내 아내 밀양박씨

 

볕 좋은 춘사월 남

 

새밭 성긴 울 밑에

 

조롱박씨를 심고 있다

 

앞니 빠진 우리집 밀양박씨

 

조롱박씨 쥐었다 펴는 여문 손바닥 안

 

여남은 충치들 봄볕 삼킨 채

 

까르르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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