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전골 잘한다는 '청산도' 들렀다 나오는 길
문설주에 배 가른 조롱박들
하얀 속 뉘 다 빼주고
얼굴 없는 탈바가지로 주렁주렁 걸려 있다
인심 좋은 안주인
앞니처럼 생긴 조롱박씨를
작은 비닐봉지 속에 부어주길래
서재 구석 오래된 책 속에 두었더니
어떻게 알았을까 내 아내 밀양박씨
볕 좋은 춘사월 남
새밭 성긴 울 밑에
조롱박씨를 심고 있다
앞니 빠진 우리집 밀양박씨
조롱박씨 쥐었다 펴는 여문 손바닥 안
여남은 충치들 봄볕 삼킨 채
까르르르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