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비 잦더니
죽순 쑥쑥 올라오는 대밭 속
아흔 아홉 고개 넘긴 왕대나무가
황금 물고기를 낚았더라
때늦게 검은머리 솟던 그 늙은이
무슨 말의 씨앗을 뿌렸기에
대밭 가득 생기 돌더라
바람 조는 깊은 밤에도
잔잔한 하늘에 낚싯대를 드리우던 왕대나무
춘사월 낮밤 다 바쳐
제 몸 속 황금 물고기를 낚던 날
어둔 대밭에 황금볕 들더라
산청군 생초면 월곡리 내곡마을 야산
일곱 황금 왕대나무들 세상에 나오던 날
대밭 속 낡은 농기계에 저승꽃 피고
무덤 속 발 내린 개꽃도 일어나
연분홍 미끼로 사람 낚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