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눌타리 아침 서쪽 하늘누군가 뱉어놓은 짙은 가래침 사이로 새어나온 겨울볕이지가 데워놓은 대청마루에엉덩이를 비비고 있다그 대청마루에 오래 앉아 있는 동안마루 아래 아껴둔 사과 상자에서사과가 조금씩 물러 썩고배 곯은 쥐들 갉아놓은나무상자 잇밥을 걸머지고개미들 줄지어 넘어가는.. 詩골 2019.10.02
까막 고무신 학교에서 내 구멍난 고무신이 다른 아이의 발을끌고 떠나버린 날 나는 오후 내내 풀죽어 지냈다나를 동네 밖으로 데려가 본 적이 없는 그까막 고무신에 나는 오래 정이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함석지붕에서 빠져 나온 못들로부터 내 발을보호해 주진 못했지만 난생 처음 잃어버린그 구멍.. 詩골 2019.10.02
땅에 묻힌 샛강 토요일 오후면 가시메밀덩굴 잎을 무공훈장처럼가슴에 단 채 아이들은 샛강으로 몰려 왔다강가로 몰려 앉던 조무래기들의작은 발에 밟혀 드러눕던 홍자색 여뀌낮끼니에 체한 아이들의 등줄을 훑어 내리던 볕뉘뿌리치는 강의 소매를 쉴 새 없이 잡아 당기며낯 익은 제 얼굴을 퍼서 낯씻.. 詩골 2019.10.02
학살 날 저물어도 낯 붉은 단풍나무들토끼처럼 마을로 쳐내려 오고 있다집들의 마을은 물 그득한 항아리입같이 괴괴했지만냄새 없는 꽃들을 끌고 어디서 오는지바람의 군홧발 소리가 종일 큰강으로 몰려갔다바람이 지나간 마을회관 앞길길이 돌아눕는 지푸라기를 밟으며아이들은 숨바꼭질.. 詩골 2019.10.02
박꽃 저녁 솔산 그늘이 초가를 덮치고헛간 지붕에 박꽃 피면할아버지 헛기침 소리 들리고부엌에선 쌀 안치는 소리 새어 나왔다불을 잘 다스렸던 할머니는장작개비 서넛으로 네 식구 배 채울두 홉 밥을 지으셨지불에 숨구멍 틔워가며살가운 숯 만드셨던 할머니불살 움직이는 소리 헤아려눈 감고도.. 카테고리 없음 2019.10.02
비 늦가을 비 사나흘 달아서 내릴 때아버지 건물 옥상 곶감막에서발 헛디뎌 갈비뼈를 다치시다물러 터진 고종시 무리지어콘크리트 바닥에 코를 박고 죽다줄줄 흘러 빠지는 덜 여문 곶감도사람도종일 눈물 자아내는 밤弔…弔…弔저마다 몸 안 붉은 등 켜는숨 질긴 곶감들나는 쉰내 나는 움.. 詩골 2019.10.02
동시집 '마음이 먹는 밥' 출간 마음이 먹는 밥(류경일 지음, 김새별 그림, 아이들판)= 작고 하잘것없는 사물들에 꿈과 생명감을 불어넣어 독자를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 여유로움과 유익한 즐거움을 준다. 자연 앞에서 우리는 거들먹거리거나 무감각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자연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자연도 우리와 같.. 多글다글 2016.10.30
"땡감나무 일기" "땡감나무 일기" 1 아침에는 강아지가 내 다리에 오줌을 누다가 감잎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도망가고 점심때는 할머니가 음식찌꺼기를 들고와 발 밑에 파묻고 홍시 하나 주워갔다 내 키가 쑥쑥 자라는 것도 품안의 까치집이 한 층 더 높아져 매운 굴뚝 연기를 피할 수 있었던 것도 정다운 이웃들이 있.. 내가 좋아하는 내 동시 2007.06.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