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내 동시

시골 장독의 꿈

방장산두류산 2019. 10. 4. 19:36

간장독 된장독 김칫독


옹기종기 모여 앉은 시골 장독간에


살포시 함박눈 내려앉으면 




장독간 구석의 빈 장독은 


숨을 크게 들이켜


품 안 가득 물기를 모읍니다




따스한 봄날


바람이 뚜껑 위에 쌓인 흙먼지로


손바닥만한 텃밭을 일구면


장독은 숨겨둔 풀씨 하나


정성껏 묻어둡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처럼


장독은 끼니때마다   


한 모금 두 모금 젖을 짜내어


어린 풀씨에게 먹입니다




풀이 자라 씨앗을 맺으면


장독은 자식의 앞날을 위해


정든 씨앗들을


멀리 날려 보냅니다




장독의 슬픔을 하늘도 아는지


마지막 남은 씨앗이 떠나고 나면


하얀 첫눈이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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