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독 된장독 김칫독
옹기종기 모여 앉은 시골 장독간에
살포시 함박눈 내려앉으면
장독간 구석의 빈 장독은
숨을 크게 들이켜
품 안 가득 물기를 모읍니다
따스한 봄날
바람이 뚜껑 위에 쌓인 흙먼지로
손바닥만한 텃밭을 일구면
장독은 숨겨둔 풀씨 하나
정성껏 묻어둡니다
세상의 모든 어머니처럼
장독은 끼니때마다
한 모금 두 모금 젖을 짜내어
어린 풀씨에게 먹입니다
풀이 자라 씨앗을 맺으면
장독은 자식의 앞날을 위해
정든 씨앗들을
멀리 날려 보냅니다
장독의 슬픔을 하늘도 아는지
마지막 남은 씨앗이 떠나고 나면
하얀 첫눈이 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