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촌할매 매운 마음먹고
붉은 고추를 말리신다
물 덜 든 고추 바알간 빛
바싹 말려 붉은 고추 하얀 씨방에
단단히 저장해 놓으려고
작은 마당 큰 덕석 가득
고추를 말리신다
매운 코를 쥐어뜯던
어린 손주녀석은
해맑은 볕을 안고 뒹굴다
평상 위에서 잠이 들고
짓궂은 대추나무 그림자가
아이의 작은 팔 베고 누워
도리질을 한다 도리도리
도리질 할 때마다 솔바람 불어와
날 잡아 우시는 할매 매운 눈
후우 후우 불어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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