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흰 고무신

방장산두류산 2019. 10. 4. 11:24

서촌할매 매운 마음먹고

붉은 고추를 말리신다

물 덜 든 고추 바알간 빛

바싹 말려 붉은 고추 하얀 씨방에

단단히 저장해 놓으려고

작은 마당 큰 덕석 가득

고추를 말리신다

매운 코를 쥐어뜯던

어린 손주녀석은

해맑은 볕을 안고 뒹굴다

평상 위에서 잠이 들고

짓궂은 대추나무 그림자가

아이의 작은 팔 베고 누워

도리질을 한다 도리도리

도리질 할 때마다 솔바람 불어와

날 잡아 우시는 할매 매운 눈

후우 후우 불어 달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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