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지붕을 얹다

방장산두류산 2019. 10. 2. 21:13

늦가을 초승달빛 향나무 위에 내린다
전생에서 터파기 해놓은 땅 다져서
깊게 뻗어 내린 뿌리 주춧돌 삼고
불국사 객사 기둥 같은 둥치로 외기둥 세워
말라비틀어진 곁가지로 서까래를 지른 뒤
죽은 나뭇개비 꺾어 산자 얹고
동북서남 하늘에서 내려 쌓이는
눈가루 같은 달빛 긁어 이엉 엮어서
듬성듬성 성긴 하늘 지붕 얹은 채
처마 끝 널마루에 허사비로 누우면
밤이슬 내리는 희검은 하늘
애써 지어 놓은 상량문 끄트머리 
초승달만 커서처럼 깜박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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