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남촌에 밤새 귀한 손이 와
들판과 산, 얼어붙은 연못이 모처럼 한빛이다
하얀 밤을 뜬눈으로 지샌 외딴 가로등이
살쾡이 눈을 희번덕거리는 아침
까치 날아오르는 연못가 긴 모롱이 돌아
상여 하나 흔들 흔들 흔들리며 섰다
이 세상 하얀 길 떠나는 이는 누굴까
길이 너무 많아 길 잃어버린 날
허물어지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님 소매 붙들고 떠나 보내지 못해
상여는 연못 수문 옆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눈빛에 묻혀 상주도 상여도 가물거리는
눈 온 날 아침 초라한 만장만 앞서
멀고 먼 황천길 꽃 상여 끌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