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지노귀굿

방장산두류산 2019. 10. 2. 21:11

지난 가을 사람 진 자리 꽃이 핀다

내 얼어붙은 마음에 묻은 친구의 넋

한가로운 봄날 아지랑이로 피어올라

북망산천 떠도는 원귀들 다독거려선

이 언덕 저 기슭 연분홍 꽃다발로 앉는다



매년 봄 다홍치마 입고 앉아

눈시울 붉게 적시는 저 꽃들 아니면

이 강산 한 맺힌 넋 누가 달랠까

꽃 진 자리 다시 사람꽃 피어

등마루 한 판 굿거리도 멎은 끝 봄

진달래 발끝에다 손발톱 묻고

북망산천 너른 품에 흰 머리칼 푼 옛 처녀들

봉숭아 꽃물 들인 야틈한 묏등 위에

올망졸망 봄나물을 캔다



혼들도 다 떠나 봄도 쇠어버린 자리

지노귀……지노귀새남 목줄 태워도

아직 내 마음 떠나지 못한 친구가 남아

피눈물마저 삭아 하얗게 바랜

흰 철쭉 한 무덤으로 나를 적신다


*지노귀굿 : 죽은 사람의 혼령을 천도시키는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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