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사람 진 자리 꽃이 핀다
내 얼어붙은 마음에 묻은 친구의 넋
한가로운 봄날 아지랑이로 피어올라
북망산천 떠도는 원귀들 다독거려선
이 언덕 저 기슭 연분홍 꽃다발로 앉는다
매년 봄 다홍치마 입고 앉아
눈시울 붉게 적시는 저 꽃들 아니면
이 강산 한 맺힌 넋 누가 달랠까
꽃 진 자리 다시 사람꽃 피어
등마루 한 판 굿거리도 멎은 끝 봄
진달래 발끝에다 손발톱 묻고
북망산천 너른 품에 흰 머리칼 푼 옛 처녀들
봉숭아 꽃물 들인 야틈한 묏등 위에
올망졸망 봄나물을 캔다
혼들도 다 떠나 봄도 쇠어버린 자리
지노귀……지노귀새남 목줄 태워도
아직 내 마음 떠나지 못한 친구가 남아
피눈물마저 삭아 하얗게 바랜
흰 철쭉 한 무덤으로 나를 적신다
*지노귀굿 : 죽은 사람의 혼령을 천도시키는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