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덕천강

방장산두류산 2019. 10. 4. 18:27

한밤중에 덕천강을 다녀왔습니다 웅숭깊은


물속에 손을 담가 물의 의중을 떠보았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데 어찌 물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겠습니까


오밤중에 나를 불러놓고서 찬 강물은 내 손을


밀어내며 돌아눕습니다 유년시절 소에 빠져


축 늘어졌던 나를 물 밖으로 튕겨내어 준


늙은 강의 찬 등에 손을 대어봅니다 내 손에


와 닿는 차가운 느낌만큼 물도 내 따스한 기운을


느끼겠지요


대낮에 산속으로 기어들어간


바람이 바람을 업고 마을로 내려옵니다 강물 속에


내 생각이 잠겼습니다


생각 위에 고정관념처럼 얼음이 업니다 그 옛날


어린 내 아버지가 손을 씻던 명경 같은 얼음 강에서


강의 저 밑바닥을 들여다봅니다


사람을 따라 흐르고 흘러 한 길 속을 알 수 없는


물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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