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덕천강을 다녀왔습니다 웅숭깊은
물속에 손을 담가 물의 의중을 떠보았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데 어찌 물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겠습니까
오밤중에 나를 불러놓고서 찬 강물은 내 손을
밀어내며 돌아눕습니다 유년시절 소에 빠져
축 늘어졌던 나를 물 밖으로 튕겨내어 준
늙은 강의 찬 등에 손을 대어봅니다 내 손에
와 닿는 차가운 느낌만큼 물도 내 따스한 기운을
느끼겠지요
대낮에 산속으로 기어들어간
바람이 바람을 업고 마을로 내려옵니다 강물 속에
내 생각이 잠겼습니다
생각 위에 고정관념처럼 얼음이 업니다 그 옛날
어린 내 아버지가 손을 씻던 명경 같은 얼음 강에서
강의 저 밑바닥을 들여다봅니다
사람을 따라 흐르고 흘러 한 길 속을 알 수 없는
물의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