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나를 이 빈 집에 들게 하였을까
귀신이 나온다는 소름 돋는 폐가에
갑자기 사라진 말 없던 아이의 목소리가
그리웠을까 나는
새들의 발자국이 찍힌 먼지 낀 유리창문을 열어제끼니
문틈으로 들어 온 볕에서 생선회 냄새가 난다
창 밖엔 불거진 나무의 심줄을 건드리며 떨어지는
벚꽃, 그리고 그림자를 땅바닥에 묻고 있는
약간 비만인 듯한 은행나무 가지에 걸려 있는
노란 훌라후프
그 아래 그림자를 먹고 조금씩 자라는 마 낀 돌 하나
아이를 숨겨 놓았을 것 같은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정원의 우물
나는 한참 동안 우물 안을 들여다 본다
물 한 방울 남아 있을 것 같지 않은 우물 속에
마 낀 돌을 던져 넣는다
그리고는 곧 들려 올 것만 같은 아이의 작은 목소리를
기다리다 잠이 든다
눈을 떠보니 감나무 그림자가 나를 덮고 있다
어둠이 오기 전에 이곳을 빠져 나가라
수수수 나뭇잎들이 나를 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