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문학 봄호 특집 원고> <약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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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경일 (柳景日) 1964년 산청에서 태어나 경남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시 ‘겨울 남자 강’ 등 5편으로 계간 「우리문학」(여름호)의 추천을 받고, 2004년 동시 ‘땡감나무 일 기’로 <매일신문>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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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으로 「빗방울 듣고 나는 말한다」(1999년, 시와시학사), 「흙비」(2002년 포엠토 피아) 등이 있고, 동시화집 「바퀴 달린 집」(2006년, 아이들판)을 펴내 한국문화예술위 원회의 우수작품으로 선정되고 경남문학 우수작품집상을 수상했다. 현재 창원시청 시보 편집실에서 일하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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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2편 허수아비 냇물과 아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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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8편 산은 바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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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달린 집 땡감나무 일기 배추쌈 쇠무릎 촌놈 금붕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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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넝쿨 *시작노트 *사진 따로 보내드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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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태풍 온다고 집 앞 고추밭에 서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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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팔 벌려 바람을 막고 있는 허수아비 태풍 지나간 뒤 밭고랑에 엎드려 바람에 날아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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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짚모자를 찾고 있다 몸 가벼운 허수아비 일으켜 세워주고 도랑 옆에 처박힌 모자도 찾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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씌워주었더니 흙 묻은 얼굴로 씨-익 웃는다 고맙다고 안아주겠다고 두 팔 활짝 벌린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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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물과 아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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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물장구치고 자맥질하던 냇가 웅덩이 지나가던 아이들 놀고 싶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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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근질근질 냇물도 첨벙 처엄벙 퐁당 포옹당 아이들 안아주고 업어주며 놀고 싶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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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밑에서 졸졸졸 이렇게 추운 날은 철없는 아이들 냇물 속에 들어 갈까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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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냇물 위에 얼음 뚜껑을 덮어놓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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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작 8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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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성묘 가서 할아버지 산소 앞에 엎드려 절하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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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한입 얻어먹었다 산을 내려오다 목말라 조그만 샘물에 노루처럼 엎드려 물 한 모금 얻어마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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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자꾸 엎드려야 먹을 걸 준다 자꾸자꾸 껴안아줘야 사랑을 베푼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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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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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초등학교 수업이 끝나면 철석이는 남쪽 하늘 밑 남촌 고모 집을 향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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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벅터벅 걸어갑니다 얹으면 얹을수록 가벼워지는 바람을 등에 지고 보리밭길 지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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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변 둑길을 냇물처럼 흘러갑니다 변덕꾸러기 그림자가 가시밭으로 손을 끌기도 하고 빨간 까치밥 열매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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곯은 배를 채우라고 꼬드기지만 그럴 때마다 바람이 곧장 가라고 슬며시 등을 떠밀어줍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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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봄 큰 불로 철석이가 부모님을 잃은 뒤부터 바람은 철석이를 동생처럼 데리고 다닙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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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달린 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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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언덕 이모집 지붕 사촌형 썩은 이도 받아주고 민들레 씨앗도 받아 키우는 꿈 많은 그 지붕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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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센 바람만 불면 휙 날아가 돌배나무 옆에 눕기도 하고 이웃집 담벼락에 기대기도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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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모부는 지붕 위에 차바퀴를 빙 둘러 얹었다 꿈 많은 지붕을 위해 바퀴를 달아주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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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감나무 일기 1 아침에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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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내 다리에 오줌을 누다가 감잎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도망가고 점심때는 할머니가 음식찌꺼기를 들고 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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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에 파묻고 홍시 하나 주워갔다 내 키가 쑥쑥 자라는 것도 품안의 까치집이 한 층 더 높아져 매운 굴뚝 연기를 피할 수 있었던 것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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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이웃들이 있기 때문이다 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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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종이 울릴 때 어미까치가 팽나무 막대기를 물고 왔다 말썽꾸러기 어린 까치도 다 자라 떠났는데 회초리로 무얼 하나 보았더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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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새는 지붕을 수리하고 있었다 까치가 다시 막대기를 구하러 간 사이 백혈병을 앓는 영호의 아버지가 내 몸에 기대 한참 울다가 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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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새는 까치집 걱정 영호 걱정하다가 그만 하루가 다 지나버렸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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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젯밤 퇴원한 영호는 하얀 털모자를 쓰고 집으로 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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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달도 없는 캄캄한 밤하늘을 향해 백혈병을 빨리 낫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밤새 바람이 세차게 불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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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잎 안 남은 내 머리카락도 영호처럼 다 빠졌다 고맙게도 아침 하늘이 함박눈으로 만든 하얀 털모자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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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까까머리에 씌워주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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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 쌈 집 앞 남새밭에서 기른 배추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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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상에 올랐습니다 농약 한 방울 뿌리지 않아 벌레 구멍이 숭숭 뚫려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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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벌레 한 마리 꿈틀꿈틀 기어 나왔지만 아빠는 배추쌈을 맛있게 드십니다 ꡒ과일이든 채소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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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먹은 것이 맛나고 몸에도 좋지ꡓ 아빠 말씀에 용기를 내어 나도 배추쌈을 먹어봅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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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 구멍 새로 삐죽 얼굴을 내미는 콩장도 보이고 밥상 위에 통통 튀는 밥알도 있지만 얼른 입 안에 넣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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ꡒ벌레 먹은 것 먹고살면 건강 걱정 없단다. 우리가 살 길은 벌레랑 같이 사는 거야…ꡓ 아빠는 작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말씀을 양념으로 넣어가면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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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쌈을 제일 많이 드십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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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무릎 온몸에 무릎을 줄줄 달고 있는 쇠무릎들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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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할머니 집 앞 도랑 가에 듬성듬성 앉아있습니다 관절염을 앓는 할머니께서 약으로 쓰려고 뿌리 채 뽑아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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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웃음 지으며 할머니를 위해 기꺼이 무릎을 내어줍니다 어른 쇠무릎들이 떠나갔지만 어린 쇠무릎들의 얼굴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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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없이 밝아서 매일 아침 ꡒ할머니, 무릎은 좀 어떠세요?ꡓ 안부를 묻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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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어린 쇠무릎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모른 척 고개 숙이고 지나시다가 등이 굽고 맙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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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할머니 뒷산 언덕에 잠드신 지도 벌써 삼 년 올해는 무덤가에 쇠무릎이 자라 바람 불 때마다 흔들흔들 할머니 다리 주물러 드리고 있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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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금붕어 큰누나 집 돌 절구통에서 15년째 살고 있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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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툭 튀어나오고 꼬리지느러미가 길 다란 촌놈 금붕어 한 마리 얼마 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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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사온 붕어들과 함께 큰 유리 항아리로 옮겼더니 다른 붕어들은 좋아서 야단인데 그 촌스러운 금붕어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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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당탕퉁탕 뛰쳐나오고 우당탕퉁탕 튀어나온다 다들 키 큰 집들이 있는 도시로 떠나고 너른 땅이 있는 나라로 이민 가는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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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돌 절구통만 고집하는 촌놈 금붕어 그런데 나는 왜 토박이 금붕어가 좋을까 그 촌놈 금붕어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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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넝쿨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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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란 칡넝쿨이 곰바위를 타고 내려옵니다. 작은 도랑을 건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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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갓집 마당에서 놉니다. 며칠째 지켜만 보던 외할아버지는 어린 칡넝쿨을 잘 타이른 뒤 감나무 뿌리를 움켜잡은 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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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게다리를 감은 팔을 풀어 왔던 길로 되돌려 보냅니다. 칡넝쿨은 돌아갈 생각이 없는지 도랑 건너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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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아버지 집 비우는 장날만 기다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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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노트> 마흔 들어 삶에 먹장구름이 드리워졌다. 한낮에 어둠길을 걷듯 망연했다. 삶이 나를 속 였다고 생각했다. 나를 속인 것은 나였다. 괴롭고 성난 마음이 몸을 허물었다. 세상일 에 미혹되지 않아야할 불혹의 삶이 심하게 요동쳤다. 맥이 풀렸다. 지친 심신을 헤집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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降神이라도 한 듯 꼬마둥이 童子神이 몸 안에 들앉아버렸다. 마음속 당집에 향을 피운 듯 몸과 마음이 편안했다. 동심이 깃든 마음이 자연스레 실타래를 풀어냈다. 동시였다. 꿈과 현실을 완전분리하려는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꿈과 현실을 동일시하려는 성향 이 짙다. 그 사이에 견고한 벽이 자리한다. 벽을 허물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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녕 동심의 세상에 눈을 뜬다면, 그리하여 아이의 눈으로 그들의 삶을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가진다면 아이와 어른, 사람과 자연을 비롯한 세상의 온갖 벽을 허 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공자가 志學했다는 열다섯에 처음으로 어설프게 시라는 것을 지어본 지 이십오 년의 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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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안 시와 함께했던 생활이 마흔에 접어들어 변화를 시작했다. 변화와 혁신이 화두인 시대를 맞아 나 역시 우연찮게 시라는 고욤나무를 대목 삼아 동시라는 대봉감나무가지 를 접붙이게 된 것이다. 이제 겨우 돌감이 달리면 어떡하나? 하는 근심을 잠재운 정도 다. 접목한 나무에서 동자신에게 바칠 굵직한 대봉감이 주렁주렁 열리도록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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