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내 동시
태풍 온다고
집 앞 고추밭에 서서
두 팔 벌려
바람을 막고 있는 허수아비
태풍 지나간 뒤
밭고랑에 엎드려
바람에 날아간
밀짚모자를 찾고 있다
몸 가벼운 허수아비
일으켜 세워주고
도랑 옆에 처박힌 모자도 찾아
씌워주었더니
흙 묻은 얼굴로
씨-익 웃는다
고맙다고 안아주겠다고
두 팔 활짝 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