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내 동시

허수아비

방장산두류산 2019. 10. 4. 19:11

태풍 온다고


집 앞 고추밭에 서서


두 팔 벌려


바람을 막고 있는 허수아비


태풍 지나간 뒤


밭고랑에 엎드려


바람에 날아간


밀짚모자를 찾고 있다




몸 가벼운 허수아비


일으켜 세워주고


도랑 옆에 처박힌 모자도 찾아


씌워주었더니


흙 묻은 얼굴로


씨-익 웃는다


고맙다고 안아주겠다고


두 팔 활짝 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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