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눈꽃상여

방장산두류산 2019. 10. 4. 11:40

따뜻한 남촌에 밤새 귀한 손이 와

들판과 산, 얼어붙은 연못이 모처럼 한 빛이다



하얀 밤을 뜬눈으로 지샌 외딴 가로등이

살쾡이 눈을 희번덕거리는 아침

까치 날아오르는 연못가 긴 모롱이 돌아

상여 하나 흔들흔들 흔들리며 섰다



이 세상 하얀 길 떠나는 이는 누굴까

길이 너무 많아 길 잃어버린 날

허물어지는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님 소매 붙들고 떠나 보내지 못해

상여는 연못 수문 옆에서 한참을 서성인다



눈빛에 묻혀 상주도 상여도 가물거리는

눈 온 날 아침 초라한 만장만 앞서

멀고 먼 황천길 꽃상여 끌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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