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내 동시
"땡감나무 일기"
방장산두류산
2007. 6. 14. 18:40
"땡감나무 일기"
1
아침에는
강아지가 내 다리에 오줌을 누다가
감잎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도망가고
점심때는
할머니가 음식찌꺼기를 들고와
발 밑에 파묻고 홍시 하나 주워갔다
내 키가 쑥쑥 자라는 것도
품안의 까치집이 한 층 더 높아져
매운 굴뚝 연기를 피할 수 있었던 것도
정다운 이웃들이 있기 때문이다
2
교회 종이 울릴 때
어미까치가 팽나무 막대기를 물고 왔다
말썽꾸러기 어린 까치도 다 자라 떠났는데
회초리로 무얼 하나 보았더니
비가 새는 지붕을 수리하고 있었다
까치가 다시 막대기를 구하러 간 사이
백혈병을 앓는 영호의 아버지가
내 몸에 기대 한참 울다가 갔다
비가 새는 까치집 걱정
영호 걱정하다가
그만 하루가 다 지나버렸다
3
어젯밤 퇴원한 영호는
하얀 털모자를 쓰고 집으로 왔다
나는 달도 없는 캄캄한 밤하늘을 향해
백혈병을 빨리 낫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밤새 바람이 세차게 불어
몇 잎 안 남은 내 머리카락도
영호처럼 다 빠졌다
고맙게도 아침 하늘이
함박눈으로 만든 하얀 털모자를
내 까까머리에 씌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