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내 동시
어린 갈대이야기
방장산두류산
2019. 10. 4. 19:40
봄 어느 날
갈대의 싹이
도시의 냇가에
돋았습니다.
엄마의 무덤가에
뿌리내린 어린 갈대는
한여름 땡볕에 꽃을 피웁니다.
몽실몽실 연초록 꽃을 피웁니다.
가끔 더러운 물에
발을 담그기도 하면서
봄에서 여름으로 자랍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착하게 커갑니다.
사람들도 포기한
도시의 더러운 냇물 속에
발을 담근 채
꼼질꼼질 발가락 질로
물을 맑히고 섰습니다.
겨울 들머리
갈꽃이 희끗해지면서
어린 갈대는
엄마가 된 것을 알았습니다.
더럽고 냄새난다고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냄새나는 냇가에
몇 안 되는 갈대들과
당당히 섰습니다.
“모두가 냇가를 떠나도
우리는 강을 지켜야 한단다.”
“오염되어가는 냇가에 서서
깃발을 힘차게 흔들어야 한단다.”
지난겨울 들려준
엄마의 목소리가
갈대의 몸 안에서
들려왔습니다.
겨울바람이 붑니다.
엄마가 된 갈대는
품안에 키워온 씨앗을
바람에 실어 보냅니다.
그리고는
지난해 가을
엄마한테서 들은
갈대숲의 이야기를
나지막이 들려줍니다.
“아가야!
우리는 세상에 힘없이 흔들리는
갈풀이 아니라
세상을 흔드는
강한 나무란다.”
겨울 눈꽃이 지고
다시 봄이 왔습니다.
갈대는 봄바람에 스러져
엄마 곁에
조용히 누웠습니다.
그 곁에서 다시
어린 갈대들이 자라
실바람을 갖고 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