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내 동시
쇠무릎
방장산두류산
2019. 10. 4. 19:02
온몸에 무릎을 줄줄 달고 있는
쇠무릎들이
서촌 할머니 집 앞 도랑 가에
듬성듬성 앉아있습니다
관절염을 앓는 할머니께서
약으로 쓰려고 뿌리 채 뽑아도
하얀 웃음 지으며 할머니를 위해
기꺼이 무릎을 내어줍니다
어른 쇠무릎들이 떠나갔지만
어린 쇠무릎들의 얼굴은
그늘 없이 밝아서
매일 아침
ꡒ할머니, 무릎은 좀 어떠세요?ꡓ
안부를 묻습니다
할머니는 어린 쇠무릎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모른 척 고개 숙이고 지나시다가
등이 굽고 맙니다
서촌 할머니 뒷산 언덕에
잠드신 지도 벌써 삼 년
올해는 무덤가에 쇠무릎이 자라
바람 불 때마다 흔들흔들
할머니 다리 주물러 드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