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사람골

방장산두류산 2019. 10. 4. 16:26

가는 날이 장날이라


고향 찾는 날 부음을 듣고 보니


눈에 괴는 구곡산이 무덤처럼 음산하고


산발치에 앉은 아파트가


묘비석 같다




이런 저녁에는


동네 목욕탕 굴뚝이 향을 피우고


태우다 만 제문을 바람이 보듬어


덕천강 물위에 띄우면


그리운 강나루에 나룻배 오가고


오래전 떠나간 이들의 강 저편에서


푸른 학 우는 소리 아득히 들려와


연해 죽을 것만 같다




바닥 모르게 가라앉는 몸


겨우 추슬러 강 등지고 서면


새로이 죽은 자로 인해


죽은 자와 산자들의 행렬이


바람에 우는 활엽수처럼 시끄러웠을 오늘


멀리 사람골에 이는 흙빛 유난히 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