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서리 맞은 떨감
방장산두류산
2019. 10. 2. 21:44
된서리 내리는 늦가을에는
뒷대문 문설주에 기댄 떨감이
앞마당 단감보다 감칠맛 나지
부덕부덕 입 안 가득 서리 앉히는 날감들
볕들고 된서리 맞는 날이면
홀로 사는 강 언덕 작은 집 진주할매는
떨감 두엇에다 이 시린 우물물 한 바가지로
허기진 배 채우셨다
떨감이라도 입안을 나드는 날에는
숭숭숭 구멍난 세월이 진을 친
쪼글진 할매 잇새마다
선홍빛 새 잇살 차 올라
구성진 가락에도 온기 돌았다
사람도 된서리 맞으면 감칠맛 날까
뜨뜻한 이승의 마지막 손
어린 손들 위에 얹어놓고 떠나신 지금도
할매집 뒤란 떨감나무에는 된서리 내리고
떨감 배어문 잇새 넓은 내 입안에도
새록이 옅붉은 잇살 돋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