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때론 나무도 자살한다

방장산두류산 2019. 10. 2. 21:35

소한에 용지공원 개나리가 꽃을 피웠다
따뜻한 날씨 덕에 꽃이 피었는지
꽃이 피어서 날씨가 따스해진 건지
겨울 따뜻한 며칠 몸 열어
얄궂게 언 입술 실룩거리고 있다


개나리 옆에 우두커니 선 소나무에는
영양제 투입 구멍 숭숭 뚫려 있다
소나무 밑 벤치에 누운
일없는 사람의 하소연인지
소나무 울먹이는 소리인지
"영양제 맞으며 이래 살아야 하나"
내 귀에 얼버무려 넣는 바람소리
심살 내린 마음 긁는다


소나무 아래 사람 신발 없고
신발 끈만 나뒹굴고 있다
"때론 나무도 자살을 한다지"
누운 사람의 발 밑에 모여
철없는 개나리들 종일 웅성웅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