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호박꽃 속 벌소리

방장산두류산 2019. 10. 2. 21:16

젖은 듯 촉촉한 호박꽃 속
그 환한 사랑방에 손을 드리우면
오래 전 길 떠난 어린 마음도
세상 벌 소리 다 담은 살가운 꽃의 마음도
처마 같은 손톱 밑을 후비어 든다
하학길 호박벌 잡아채던 아이들 소리
그때 들리던 새소리 물소리도 삭고 삭아서
웅웅웅 잠꼬대로 피어나는 꽃 속
그 보드란 꽃잎에 찍힌
아이들의 엄지 약지 지문을 안은 채
씨받이 오골호박이 자리를 터는 까치언덕
오늘 아침 기어이 무서리 내려
입시울 붙어버린 호박꽃 두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