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슬프다, 돌꽃

방장산두류산 2019. 10. 2. 21:12

흙 위에 손 얹으면 흙이 내 손 만지고

물 위에 손 얹으면 물이 내 손 어루던

그 쓸만한 땅, 쓸만한 개울은 다

콘크리트로 뒤덮인 이 도시

나는 꽃씨를 뿌린다

죽은 듯이 살아가는, 사는 듯이 죽어가는

이 땅의 힘 없는 흙들을 위해

홀쪽한 꽃씨 봉투를 이 악물어 뜯어

슬픔의 씨를 흩어 뿌린다

혹 북녘 땅 깊은 산중

바위틈에서 자라는 돌꽃이라도 피어날까

남도 북도 모르고 흐르다

제풀에 지쳐 썩어 가는 복개천 위에다

행여 그리운 님 오실까 침 묻혀 뿌리며 왼다

돋아나라 돋아나라 슬픈 돌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