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지리산 큰 悲

방장산두류산 2019. 10. 2. 20:54

일천구백구십팔년 양 팔월 초하루
지리산 큰

사람…물…난리였다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었다
이땐 애나 어른도 사람 아니었다

떠날 사람 다 떠내려간 대원사 계곡
생나무가지를 꺾어 내팽개치던 바람 잔다
갈비뼈를 쏟아버린 노간주나무 헐렁한 가슴에
숭숭 구멍 뚫리고
제 가슴을 넘실대며 불어 올랐던 강물 속으로
어둠이 스며들면
사람 다 죽은 강으로
덜 익은 달이 걸어 들어간다
달이 건드린 물, 물옴 터지는 소리
드문 드문 귓가에 와 운다
세상이 눈 속에서 젖는다

이 큰 물 진 자리엔
아픈 슬픔도 오래도록 남아
황톳물 빠지면 폐비닐 척척 걸친 나무들
강가에 쭈욱 늘어설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