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안개

방장산두류산 2019. 10. 2. 20:52

1
늦은 출근길 날씨 흐리다
내 눈 더 흐리다
매일 아침
나를 배달하는
시내버스가
개 한 마리를 치었다
개의 허연
피가 차창을 물들였다
차 안은 승객들로 꽉 차 있었지만
조용했고
십리 길 내 눈 앞만 아득했다



2
안개 엷게 드리워진 늦은 저녁
중년 여인이 꽃 한 짐을 길바닥에 부려놓는다
안개를 천원에 사라며 팔을 붙든다
나는 헐값에 안개의 뿌리를 건네 받는다
희부윰한 초저녁 공간을 송두리째
단돈
천원에



3
안개 낀 날에는 안개가 하늘이다
땅이다 아파트 공사장을 뒤덮고 있는 저
안개떼
이끝 닳은 대비로 안개 뿌리를 훔치는 인부
한 사람

내 눈에는 이는 먼지도 인부도 안개로 보인다
안개가 된 먼지를 마시며 나는 기분 좋게 걷는다
숨길 게 많은 아침 얼굴을 목에 건 채

공사장을 뛰쳐나온 염소 똥만한 모래알들
톡 톡 나를 찬다
고 콩만한 것들이
안개 속에서 날 몰아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