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하늘길

방장산두류산 2019. 10. 2. 20:41

증조부모님 개울 건너 볼땅골 불편하다시며
소리산 윗목으로 옮겨 누우신 뒤부터
성묘길 멀고도 멀다 나는 오늘도 길
오르기 전 길 길이만큼 쭈욱 바람을 들이킨다
첫발 내디디면 길 저쪽 끝이 들려 올라
더 가파라지는 산길

집집마다 조선낫 두어 자루는 있던
이십년전만 해도 넓기만 했던 산길
지금은 산사람 드문 탓인지
길도 제 갈 길 잃어
칡덩굴만 하늘 얽어매고 있다

돌멩이들 바싹 엎드려 있는
덩굴 밑 산짐승길로 굴러내리는
벌레 먹은 알밤 한 둘 보이고
해마다 이 길 올라도 보이지 않던
으름 두서너대엿
넌출따라 하늘로 한 발짝씩 걸음 놓고 있다

으름 속을 핥으면서 올라 마침내 길 끝 밟으면
순식간에 돌아눕는 도깨비길
하늘 땅 맞닿은 길 끝에 누워계신
아버지의 할머니 할아버지
으름넌출은 언제 심어 놓으셨는지
아직 이르다 싶은 삼십줄 나이
나 그만 하늘길 보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