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슬픈음자리

방장산두류산 2019. 10. 2. 20:30


1
단풍나무 꽃씨방에도
알더위가 여무는 양유월이면
비 잦고 더위 잦고 설움 잦아서
감은 감꽃을 뱉으며 성숙해지고
내 뻐꾹새는 아침부터
모래무덤 속에서 울어제꼈다.
물 먹고 더위 먹고 얼굴 부은
지리산 노인들 제 소리 죽이며
물 불은 큰강에서
잠긴 목을 푸는 산청
저 언덕배기 다시 돌릴 수 없는 시간들
나잇살 꽤나 먹어
하야이 새어버린 삐비의 머리 우에
초초히 흔들리고 있다.


2
그 언덕 나무들
화산처럼 폭발해 오르고
나무들 그림자
열 오른 땅을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지 않는 것들
청춘 다 어데 보내고
사람 알 수 없는 흰 머리칼
지천으로 깔려 있는 억샛길
소금 뿌린 미꾸라지처럼 꿈틀거리었다.


3
고기떼들 오래전부터
자리잡고 사는 참
사람 살 만한 곳
물 안 좋은 사람들 물을 일구고
물 바닥 긁어대는 포크레인 소리
못 산다 못
살아
모래 속에 머리 콱 쳐박고
죽어버려
모래무지들 버꿈 버꿈
생담배를 태우는 아침


4
발톱 짧아지고 밤 길어지는
겨울 억새 씨 뿌리는
산과 들
도토리는 근심에 알이 찬다
익어도 고개 숙일 줄 모르는
냉기 든 벼
그들의 마을을 내려다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