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죽순

방장산두류산 2019. 10. 2. 20:23

내 안의 두 그루 대나무 새로
종일 직박구리 난다
그 작은 날개짓에도
대이파리 파르르 떨고 있다

하루를 꼬박 주린 뱃속에서
밤새 또 직박구리 운다
엊저녁 어머니 갖다주신
통통한 죽순 두 뿌리를
초무침 해먹은 뒤부터
뱃속에 대밭이 생겼는지
내내 직박구리 울어댄다

지리산 차밭머리 대숲에서
자주 캐냈던 우후죽순들
이 몸 하얀 속살 후비는지
죽순 먹은 날이면
날 선 대창살이 울대를 찌른다

밤새 꿈 안에서도 몸 안에서도
삐유르르르르삐이요……
직박구리 운다
어머니 죽순에 넣어 보내신
지리산 직박구리 내 안에서 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