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골
소리산 오르며
방장산두류산
2019. 10. 2. 20:19
사람 소리 드문 소리산을 모처럼 오른다
얼마 전까지 이 산에는 백영감님의
단 한 채 집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 소리산에 들려면 꼭
백영감님 집을 지나야 했다 덕산장이 서
마음 넉넉한 영감님 산문을 열어놓고
나오는 날이면 발 아래 칡넝쿨
지붕 위에서 내려올 줄 몰랐고
때를 읽은 동네 조무래기들 산꿩들
방안을 기웃거렸다 이제 집만 덜렁 남은 곳
꼭꼭 잠겨 있는 산문, 그 깊은 무덤 속으로
들어간 사람들 끝내 나오지 않고
나만 남아 볼 통통한 볼똥나무 밑을
산짐승처럼 기는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