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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꽃 저녁
방장산두류산
2019. 10. 2. 20:09
솔산 그늘이 초가를 덮치고
헛간 지붕에 박꽃 피면
할아버지 헛기침 소리 들리고
부엌에선 쌀 안치는 소리 새어 나왔다
불을 잘 다스렸던 할머니는
장작개비 서넛으로 네 식구 배 채울
두 홉 밥을 지으셨지
불에 숨구멍 틔워가며
살가운 숯 만드셨던 할머니
불살 움직이는 소리 헤아려
눈 감고도 밥 지으셨던 할머니따라
모처럼 불 지펴보지만
밥을 짓는지 불을 짓는지
부지깽이만 태우는 내겐
불 때는 일 늘 서툴고 불
장난 같아 자주 오줌만 마렵다